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윤석열 정부의 공매도 혁신안.... 불길하다 본문
[진단] 제도개선→전면 공매도 현실화하면, 내년 하반기 대란 사태 직면할 수도
공매도 혁신안을 혁신해야 하는 이유
현재 우리나라 주식시장은 공매도를 금지할 정도로 그 피해가 심각한 게 사실이다. 선험적으로, 외인 공매도는 투기자본 성격이 강해 시장하락에 투자하기보다는 주로 인위적인 시세조종을 통해 시장가격을 파괴하는 행태를 보였다. 적정가격을 발견하는 순기능은커녕 적정가격이 망가지는 역기능 사례만 차고 넘친다. 지난 20년 동안 코스피지수가 '2000 함정'에 벗어나지 못하는 이유도 이와 무관치 않다.
문제는 정부가 내놓은 공매도 혁신안이 본질에서 벗어난 부실 대책이라는 점이다. 본질은 공매도의 시장 지배력을 제어하는 데 있다. 자본력과 신용력이 취약한 1~2%의 개인투자자가 기울어진 운동장에서 싸우든 평평한 운동장에서 싸우든 달라지기 어려운 구조다. 공매도에 대한 잘못된 진단과 처방이 엉터리 혁신안을 만들어 낸 것이다.
첫 번째 부실 대책은 뒷문 열어놓고 앞문만 잠근 공매도 금지 조치다. 제대로 된 공매도 혁신은 제도개선을 먼저 시행한 후, 정책 효과성을 평가해 공매도 금지 여부를 결정하는 것이다. 무차입 공매도 방지를 위한 공매도 전산화, 기한의 정함이 없는 상환기간, 시장조성자 공매도 장사 등 제도에 깃든 친자본·친기업 편향부터 바로 잡아야 했다. 이러한 문제들을 뒤에 남겨 둔 채 성급하게 금지 조치를 내린 것은 마치 답을 먼저 쓰고 문제를 푸는 것이나 마찬가지다. 이번 공매도대란 사태로 인해 외인들이 연일 현물과 선물시장에서 매도 폭탄을 쏟아내 개인투자자의 피해가 이미 눈덩이처럼 커진 상태다.
두 번째 문제는 기울어진 운동장을 더 기울이는 졸속 대책이라는 점이다. 공매도의 시장지배력을 약화시키기 위해서는 기한이 없는 공매도 상환기간부터 개선했어야 한다. 이번 혁신안은 공매도 상환기간을 '3개월+연장'으로 고쳐 언뜻 보면 기간을 제한하는 것으로 보인다. 하지만 사실은 추가 연장이 가능하도록 뒷문을 열어줘 이전과 달라진 게 아무것도 없다. 외인 공매도는 여전히 수익이 날 때까지 버티는 '기후제식' 공매도 장기투자를 즐길 수 있다.
개인의 공매도 현금 담보비율을 기관과 동일하게 105%로 낮추겠다는 것도 개악에 가깝다. 모든 주체들에게 담보비율을 동일하게 적용하되, 그 기준은 최소 140% 이상으로 상향 조정했어야 한다. 어차피 개인의 대주거래는 극히 소수에 불과해 담보비율을 105%로 인하한다 해도 규제 편익이 극히 제한적이다. 반면, 외국인이나 기관은 담보비율이 내려간 만큼 공매도 투자 기회를 확대할 수 있다. 기울어진 운동장이 더 기울어진 이유다.
더욱 심각한 문제는 공매도 사각지대에 있는 시장조성자와 유동성 공급자의 공매도 장사를 근절하는 대책이 부재하다는 것이다. 이들 기관이 공매도를 활용해 다른 종목의 헤지거래에 전용하는 행위를 엄격하게 규제해야 한다. 이를 위해서는 '헤지거래 수익 0원'의 원칙을 높게 세우고, 사후 관리가 가능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야 한다. 그러나 기관 공매도가 헤지 목적인지 투자 목적인지조차 파악하기 어렵고, 제로 결산의 원칙을 지켰는지도 알 수가 없다. 이번 사태를 보면, 호랑이 떠난 굴에 시장조성자가 아닌 시장조성자가 들어와 더 행패를 부리는 모습이다.
세 번째 문제는 정부가 너무나도 당연한 불법 공매도 척결에 매달리는 사이, 정작 중요한 합법 공매도의 시장교란 행위를 외면했다는 점이다. 물론, 불법 공매도는 강력하게 처벌해야 하겠지만, 외인 공매도 피해는 대부분 합법적 영역에서 이루어진다. 정부는 정책적 지향점을 합법 공매도의 확장 억제에 두어야 하며, 그 방법은 합법 공매도의 인위적인 시세조종이나 시장교란 행위를 철저하게 걸러내는 것이다.
끝으로, 이번 공매도 사태를 공매도의 역기능을 걸러내는 계기로 삼아야 한다. 나아가 단타 놀이터로 변질된 국내 증시가 장기투자 시장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한국증시의 체질을 개선해야 한다. 제대로 된 공매도 혁신은 물론, 이중과세 체제 혁신, 장기투자 공제 도입 등 밀린 숙제도 속도감 있게 추진해야 한다. 우선, 제도개선 뒤에 숨어 꿈틀거리는 '공매도 전면 허용'부터 막아내야 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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