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짠 연봉에 질린 일본 젊은이들 해외로 간다 본문
[WEEKLY BIZ] 엔저와 저연봉에 지쳐 해외로 가는 ‘조용한 파업’ 벌인다
일본인 하야시 마나(26)는 작년 10월 호주로 건너와 일식당과 카페에서 아르바이트를 하고 있다. 월평균 수입은 4400호주달러(약 370만원). 일본에서 병원 영양사로 일할 때 받았던 돈의 두 배에 가깝다. 그는 월스트리트저널에 “일본에서는 2년 동안 일했지만 임금이 거의 오르지 않았다”며 “최근 공부에 집중하려고 아르바이트를 줄였는데도 여전히 일본에 있을 때보다 더 많이 번다”고 했다.
하야시처럼 해외로 떠나 일자리를 잡는 일본 젊은이들이 부쩍 늘어나고 있다. 일본 내 저임금이 이어지고 있는 데다, 엔화 가치가 30년 만에 가장 낮은 수준으로 떨어지면서 해외에서 일하는 게 이득이라는 인식이 커졌기 때문이다. 젊은이들이 더 이상 일본 내에서 일하기를 거부하고 해외로 떠나는 ‘조용한 파업’에 들어갔다는 분석도 나온다.
해외에서 영주권을 취득한 일본인은 점점 증가하고 있다. 일본 외무성에 따르면 작년 기준 55만7000여 명이 해외 영주권자로 조사돼 전년보다 2만명 늘었다. 지역별로는 북미(49%)가 가장 많았고 서유럽(16%), 오세아니아(14%)가 뒤를 이었다. 아사히신문은 “임금과 근무 환경 측면에서 북미와 서유럽이 일본보다 매력적이라고 생각하는 사람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고 했다.
워킹홀리데이 비자 신청자도 갈수록 늘어나는 추세다. 2022년 7월부터 1년간 호주 워킹홀리데이 비자를 신청한 일본인은 1만4398명으로 전년 같은 기간(5170명)의 3배에 달했다. 도쿄에 본사를 둔 해외 유학·취업 알선 업체 리어브로드는 “올해 7월 기준으로 워킹홀리데이 상담 요청 건수가 1년 전보다 3배 이상 늘었다”고 했다.
‘탈일본’ 바람이 부는 1차적인 이유는 일본의 만성적 저임금이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에 따르면 일본 근로자의 연평균 임금은 1991년과 2022년을 비교할 때 4만379달러에서 4만1509달러로 거의 오르지 않았다. 반면 같은 기간 호주는 4만2309달러에서 5만9408달러로, 한국은 2만5149달러에서 4만8922달러로 상승했다. 아르바이트도 마찬가지다. 호주 최저 시급은 23.23호주달러(약 2만원)로 일본의 평균 최저시급(1004엔)의 두 배가 넘는다.
일본의 경직된 직장 문화에 반감을 가진 젊은 층도 적지 않다. 도쿄에 살고 있다는 28세 남성은 닛케이아시아에 “일본에선 휴가를 내기도 어렵고 업무 중심으로 생활해야 한다”며 “해외에서 일하는 게 더 즐겁고 매력적일 거 같아 워킹홀리데이를 알아보고 있다”고 했다.
와타나베 쓰쓰미 도쿄대 교수는 NHK방송에 “해외처럼 잦은 파업을 통해 임금 인상을 받아내는 대신 일본 젊은 층은 해외로 나가는 ‘조용한 파업’을 택하고 있는 것 같다”고 했다. 인구학 전문가인 쓰카사 사사이 후쿠이현립대 교수는 “해외로 떠나는 젊은이 중에서 여성이 점점 많아지고 있다”며 “이런 흐름은 일본 저출산과 인구 감소 추세를 가속화할 것”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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