보여주기식 그만 …'일상기록' SNS 뜬다

"인플루언서 광고에 지쳤다"
입소문 타고 이용자 늘어
소소한 일상 공유 플랫폼
인스타·틱톡 틈새 파고들어

인스타그램·틱톡과 같은 글로벌 사회관계망서비스(SNS) 틈바구니에서 '일상 기록'에 초점을 둔 플랫폼이 각광을 받고 있다.

인플루언서를 중심으로 남발되는 광고와 과도한 연결성, '보여주기 식' 콘텐츠에 지친 이용자들이 소소하게 자신의 진짜 경험과 기억을 남길 수 있는 플랫폼에 몰리면서다.

27일 네이버에 따르면 지난달 22일부터 네이버 블로그가 개시한 '체크인 챌린지'가 이용자에게 호응을 얻고 있다. 체크인 챌린지는 다음달 20일까지 맛집·카페·관광 명소와 같은 국내외 장소를 첨부해 25개 게시글을 남기면 추첨을 통해 경품을 제공하는 캠페인이다. 앞서 103만명에 달하는 참가자를 끌어모으며 대흥행을 거둔 '주간일기 챌린지'에 이어 이용자들의 일상 기록을 장려하기 위해 기획됐다. 단순히 어디서 무엇을 하고 무엇을 먹었는지 나열하는 것을 넘어 깊이 있는 후기를 남길 수 있도록 지원한다는 취지다.

네이버 관계자는 "네이버 블로그는 지인과 소통하는 것보다 기록에 방점을 두기 때문에 긴밀한 관계가 이용 동인이 되는 여타 서비스와 달리 '느슨한 연대감'을 기반으로 하는 특징이 있다"며 "기존 콘텐츠가 독자에게 정보를 전달하려 했다면 최근에는 '나는 하루를 이렇게 보냈다'는 식으로 마치 일기를 쓰듯 본인 입장에서 이야기를 풀어나가는 경향이 뚜렷하다"고 설명했다. 네이버 블로그는 이번 챌린지로 축적된 기록을 보다 정제된 데이터로 확인할 수 있도록 지원할 계획이다. 자신이 그간 방문한 장소를 모아 보거나 특정 장소와 관련된 다른 사람 글을 한눈에 확인할 수 있게 하는 식이다.

'플랫폼 기업 대전환'을 천명하고 나선 LG유플러스도 최근 이미지와 함께 1000자 이내로 간단하게 일상을 기록할 수 있는 SNS '베터'를 내놨다. 당초 목표를 세우고 이를 실현하기 위해 루틴을 반복하도록 유도하는 형태로 설계됐지만 거창한 목표를 두기보다 기록을 쌓아가는 과정 자체에 실현감을 느낀다는 고객 의견에 따라 서비스 콘셉트를 전환했다. 서비스를 기획한 김주영 LG유플러스 라이프스쿼드 PM은 "기존 SNS의 과시성 피드와 과도한 연결에 피로감을 느끼고 진짜 자신을 기록하고 싶은 욕구가 있을 것이라고 생각했다"고 전했다.

개인별로 하나의 피드만 주어지는 게 아니라 주제별로 여러 보드를 만들 수 있는 점이 베터의 특징이다. 많게는 보드 13개를 만든 이용자도 있었다. LG유플러스에 따르면 본인의 쓰레기를 하나씩 버리며 왜 이 물건을 가지고 있었는지, 왜 버려야 하는지를 연재한 '반려 쓰레기 버리기' 보드가 가장 높은 조회 수를 기록했다. 그 밖에 프랑스 파리에 두 달 동안 살면서 구매한 물품 영수증을 기록한 '파리 영수증 일기', 아침에 일어나 진행하는 명상에서 얻는 소회를 짧게 기록한 '아침 줍기' 보드도 인기다.

숏폼 영상으로 일상을 남길 수 있는 '닷슬래시대시'도 입소문을 타고 있다. 29CM와 10X10(텐바이텐) 성공 신화를 쓴 이창우 대표의 새로운 창업 아이템으로 주목받기도 했다. 4분 이내 영상 조각을 최대 10개까지 이어붙여 일기처럼 스토리를 전달할 수 있다. 자극적이고 휘발성 강한 콘텐츠 중심의 기존 숏폼 플랫폼과 달리 여행·전시·공연·맛집·육아·반려동물처럼 직접 경험한 내용이 게시되고 있다. 이용자들은 라이프스타일이나 관심사 키워드에 따라 관련 콘텐츠를 모아 볼 수 있다. 닷슬래시대시에서는 있는 그대로의 일상을 담은 영상들이 모여 그 자체로 기업의 브랜디드 콘텐츠로도 활용되고 있다. 실제 이용자들이 오사카 여행에서 찍은 영상이 항공사 광고 콘텐츠로 사용되는 식이다. 이같이 브랜드 마케팅 활동에 참여하는 이용자들에게는 성과에 따라 일정 보상이 돌아가고 있다. 이 대표는 "기존 SNS에 콘텐츠를 올려도 보상은 소수의 인플루언서만 가져가는 구조가 불합리하게 느껴져 모든 참여자가 보상을 받을 수 있도록 설계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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