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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방천과 만나다] ① 30년의 의심…대박 안겨준 좋은 기업 동행 나침판 본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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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치투자 대부, 주식투자 대가, 영원한 펀드매니저'. 강방천 에셋플러스 회장을 수식하는 단어다.
강 회장은 남다른 통찰력으로 IMF(국제통화기금) 외환시절 당시 종잣돈 1억원을 2년만에 156억원으로 만든 성공 신화의 주인공이다. 그의 투자비결이 궁금한 건 당연한 일이다.
하지만 강 회장은 "누군가가 주식투자의 비법을 알려주겠다고 말한다면 그것은 거짓말"이라고 일갈했다.
주식투자 성공의 제1원칙도, 그리고 제2, 제3 원칙도 다름아닌 '좋은 기업을 찾아 동행하는 것'이라고 누누이 강조했다. 그러면서 (열심히) 공부하고, (부단히) 노력하고, (믿음이 현실이 될때까지) 인내하고, (내 판단이 맞는지) 의심하고 또 의심해야 한다고 했다. 좋은 기업 찾기 속성반은 없다는 얘기다.
◇"혁신·고부가가치·플랫폼 기업 주목…의심하고 또 의심하라"
-투자자라면 누구나 대박을 꿈꾼다.
▶주식투자의 기본적인 원칙은 좋은 기업과 함께하는 것이다. 좋은 기업은 멀리 있는 게 아니다. 우리의 삶 속에서도 좋은 기업을 충분히 찾을 수 있다. 만약 수면제를 먹고 3, 4년 후에 깨어난다면 이 기업이 있을까를 생각해보면 된다. 뭔가 걱정이 돼 잠이 안온다면 그건 좋은 기업이 아니다. 나쁜 기업 나쁜 주식과는 빨리 헤어져야 한다.
-좀더 자세히 얘기해달라.
▶모든 산업과 모든 기업을 알 필요는 없다. 자기가 가장 잘 아는 분야에 초점을 맞추는 게 필요하다. 최근 게임기업 주가가 많이 뛰었다고 하는데, 나는 그 부분을 잘 모르지만 젊은 친구들은 그것을 잘 알지 않겠나. 그게 목격되면 곧 가치다. 자기가 집중할 수 있고 잘 아는 분야에 자원을 집중할 필요가 있다. 주식을 산다는 것은 그 기업의 주인이 된다는 거다. 그 회사의 주인이면서 뭐 만드는지도 모른다면 잘못된 투자다.
-결국 잘 아는 기업 중에 오래남을 곳을 찾으라는 걸로 들린다.
▶무엇보다 혁신에 늘 주목할 필요가 있다. 혁신이 성장을, 성장이 소득을, 소득이 소비를 만들어 내는 것은 앞으로도 영원히 존재할 사이클이다. 혁신이 소비를 촉진하는 측면에서 럭셔리와 같은 고부가가치 소비에 늘 주목하고 있다. 소비자가 늘면 생산자도 증가하는 선순환 구조를 가진 플랫폼 산업도 굉장히 오래갈 기업이다. 에셋플러스 펀드의 가장 중요한 축은 혁신, 고부가가치, 플랫폼이다.
-재무적으로 보면 어떤 기업이 좋은 기업인가.
▶좋은 비즈니스 모델을 갖춘 기업은 이익이 지속 가능한가, 이익을 예측할 수 있는가, 이익의 변동성은 어떠한가, 이익 확장이 가능한가를 봐야한다.
강 회장이 최근 펴낸 신간 <강방천의 관점>에는 11가지 유형의 좋은 기업이 나온다. ①고객이 떠날 수 없는 기업 ②고객이 늘수록 고객이 좋아하는 기업 ③내 삶을 지탱하고 깨우는 기업 ④불황을 즐기는 일등기업 ⑤누적적 수요를 쌓아가는 기업 ⑥소비의 끝단을 장악하고 있는 기업 ⑦시간의 가치를 쌓는 기업 ⑧소유의 소비에서 경험의 소비로의 이동을 만드는 기업 ⑨늘어나는 인구를 고객으로 하는 기업 ⑩멋진 자회사를 보석처럼 품고 있는 기업 ⑪유능한 리더가 있는 기업이다.
강 회장은 '영원한 펀드매니저'로 살아온 지난 30년동안 늘 자신의 판단이 맞는지 의심했다. 그의 30년 의심이 지금의 강방천을 만들었다.
-의심의 개념이 무엇인가.
▶항상 에셋플러스 펀드매니저, 직원들에게 사실을 알라. 그리고 남들과 달리 그 사실을 해석하라. 그리고 진보를 위한 의심을 하라고 애기한다. 의심하지 않으면 오히려 독이 될 수 있다. 의심하고 의심하고 또 의심하고 그래서 충돌시키고 그래야 자기 것이 된다. 의심이야말로 여러분이 꿰차야할 중요한 나침반이다. 의심하라.
◇15년간 동행한 삼성전자를 안사는 이유는?
강 회장이 운용하는 펀드는 '동학개미 픽' 삼성전자를 담고 있지 않은 것으로 유명하다. 동학개미들은 지난해 3월 코로나19발 폭락장 이후 13개월동안 삼성전자 주식을 무려 22조원이나 사들였다.
강 회장이 처음부터 삼성전자에 투자하지 않은 것은 아니다. 1999년 투자자문사를 설립한 그는 2014년까지 약 15년동안 '위대한 파트너' 삼성전자에 투자했다.
-그 당시에 삼성전자와 동행한 이유는.
▶당시 미래 기업환경에 알맞은 기업이었고 미세공정이라는 기술적 우위도 갖고 있었다. 과점적 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판단도 있었다.
-그런데 지금은 왜 동행하지 않는가. 삼성전자는 여전히 좋은 기업 아닌가.
▶삼성전자를 우리가 사는 것은 도리에 맞지 않는다. 고객들은 삼성전자가 좋은 주식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에 굳이 우리에게 운용보수를 주지 않아도 살 수 있다. 굳이 보수를 받으면서 (삼성전자를) 사는 것은 나의 일을 해태한 것이다. 그리고 ETF(상장지수펀드), 패시브 펀드 등을 통해 삼성전자를 살 수 있는 방법은 많다. 우리 회사가 추구하는 것은 미래 성장의 꿈을 담아내는 액티브 펀드의 명가를 만드는 것이다.
-그 이유 뿐인가.
▶산업적인 특성도 있다. 조금만 투자해도 미래 이익이 나오는 기업이 있는가 하면 재투자를 하지 않으면 죽는 기업이 있다. 반도체 기업은 버는 돈의 절반 이상을 재투자하지 않으면 경쟁에서 뒤질 수 있다. 삼성전자를 둘러싼 반도체 환경은 이같은 위험이 있기 때문에 선호하는 비즈니스 모델이 아니다. 국민 입장에서 삼성전자는 좋은 기업인 것은 맞지만 아무리 좋은 기업이라도 '몰빵'해서는 안된다.
강 회장은 2차전지도 같은 이유에서 선호하는 업종이 아니라고 했다. 그는 반도체와 2차전지 업종을 전사로 비유하며 전사보다는 전사에게 무기를 만들어 파는 대장장이 기업에 투자하라고 조언했다. 강 회장이 말하는 대장장이는 소재 기업이다.
◇ 강방천 회장은 누구인가
1960년 전남 신안군 암태도에서 태어난 강 회장은 1979년 한국외국어대학교 경제학과에 입학했지만 얼마 다니지 못하고 휴학을 했다. 군대 제대 후 같은 학교인 외대 경영정보학과 4년 장학생으로 합격해 1987년 졸업했다.
졸업 후 동방증권(현 SK증권), 1989년 쌍용투자증권 주식부 펀드매니저, 1994년 동부증권 주식부 펀드매니저 등을 거쳤다. IMF 경제위기 당시 1억원을 156억원으로 불린 그는 1999년년 2월 에셋플러스투자자문을 설립했다.투자자문사 시절 거액 개인자산 고객과 국민연금을 포함한 국내의 주요 연기금 자산들을 운용했다.
2008년 소수펀드 원칙, 일등기업 투자원칙, 소통판매 원칙을 표방하며 업계 최초로 펀드를 직접 판매하는 에셋플러스자산운용을 출범했다. 국내 대표 가치투자가로 평가받는 강 회장은 워런 버핏, 피터 린치와 함께 '세계의 위대한 투자자 99인'에 한국인으로는 유일하게 이름을 올리기도 했다.